<서평> 코드2.0, 로렌스 레식

사이버공간은 그것이 탄생한 이래, 규제 없는 자유가 존재하는 곳으로 여겨졌다. 로렌스 레식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사이버공간이 코드에 의해 규제되고, 동시에 국가, 시장, 사회, 그리고 구조에 의해서 불충분하게 규제되고 있는 곳임을 주장한다.

먼저 그는 1부에서 사이버공간과 그 특징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사이버 공간은 그 공간의 특성상 국가의 규제를 덜 받게 되었다. 그러나 코드의 규제는 현실 공간보다 사이버공간에서 보다 효율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즉, 코드의 규제를 통해 당사자에게 피해가는 일이 없이 감시와 규제를 가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사이버공간의 모호성을 드러낸다. 또한 사이버공간은 한 국가의 전적인 주권이 행사되지 않는다. 사이버공간에서 국가들은 경쟁한다.

그러나 이런 사이버공간에 변화가 이뤄져 왔다. 사이버공간에서 암호와 상거래와 결부된 인증 기술, IP, 쿠기 등의 기술 등이 발전하였기 때문에 규제의 가능성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또한 정부는 사이버공간의 규제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통신 회사에 감청 시설을 갖추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암호화 기술의 규제를 추구하고 있다. 또 전자신분증의 도입을 통해 개인에게 큰 프라이버시 제약 없이, 개인을 식별하려고 하고 있다. 이것은 코드의 능력에 힘입은 것이었다.

결국 코드가 어떻게 규제할 것이고, 누가 코드 제작자를 통제하는 지가 중요한 것이다. 이것은 AOL과 카운슬 커넥트, 람다무, law.cyber, 세컨드라이프의 모습들이 각각 보여준다. AOL은 시장이 그 코드의 규제를 가졌고, 카운슬 커넥트는 법조인 공동체의 규제, 람다무는 무정부주의적 규제가 자리잡았다. law.cyber는 익명성이 큰 역할을 차지했고, 세컨드라이프에서는 그 공간 나름의 법이 그 공간을 규제했다. 인터넷은 TCP/IP 프로토콜을 통한 개방에서, 혁신과 경쟁의 가치를 실현하였지만, 인증 기술 등의 발전은 이런 인터넷의 모습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런 규제를 실현하는 코드의 모습은, 테이프레코더, DVD복제방지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어떤 한 대상이 규제될 때, 거기에는 국가, 사회, 시장, 그리고 구조가 작용하고 있다. 사이버공간 역시 현실 세계에서처럼 이 4개의 요소에 의해 규제 되고 있다. 국가는 법을 통해 사이버공간을 규율한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처럼, 그것은 좋은 점으로 작용할 수 있고, 오히려 규제받는 대상을 망가뜨릴 수 있다. 법은 직접적인 형태로 작용하여 어떻게 행동할 지를 알려주고, 반대로 형벌의 위협을 통해 규제를 달성한다. 간접적인 형태로 법이 작용할 때에는 법 이외의 제약구조를 변화시킴으로써 목적을 달성한다. 간접적인 형태로 작용하는 법이 꼭 좋은 결과를 낳지 않을 수 있다. 이는 국가라는 책임의 대상을 모호하게 함으로써, 나쁜 결과를 빚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는 사이버공간에서 법의 적용을 시도할 때, 그 투명성을 달성할 필요가 있다.

로렌스 레식은 이 점에서 있어서 공개 코드 사용을 지지하고 있다. 왜냐하면, 코드의 공개는 사이버공간을 규제하는 코드를 공개함으로써, 규제의 투명성을 달성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 외의 코드 제작사들이 코드를 비공개하는 것에 필자는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물론, 공개코드는 한계가 있고 저자 역시 모두 공개 코드화 할 것을 주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에 따르면 공개코드는 정부에 대한 좋은 견제 수단이 될 수 있다.

한편, 사이버공간의 도래와 함께, 새로운 공간을 고려하지 않은 헌법과 법률을 적용하는 것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법원의 반응이 있을 수 있다. 하나는 법을 제정된 그 당시의 기준대로 적용하는 방식과, 반대로 변화된 현실에 법을 새롭게 번역해서 적용하는 방식이 존재하는 것이다. 후자의 모습은 옴스테드 사건에서 소수 의견을 대변했던, 브렌다이즈 판사가 잘 대변한다. 저자는 사이버공간의 문제에 대해, 과연 이것만으로 충분한가 되묻고 있다.

유사한 상황은 지적 재산권 문제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복사 기술의 발전은 지적 재산권을 충분히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의회는 이를 위해 DMCA와 같은 입법을 통해 무단 복제를 막고 지적 재산권을 보호하였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지적 재산의 경우, 완벽한 재산권으로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아이디어 같은 지적 재산은 널리 유포될수록 그 가치가 입증되기 때문이다. 지적 재산권은 완벽한 통제를 위해서가 아니라, 창작을 위한 충분한 동기 창출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한다. 따라서 지적 재산권은 한정된 기한을 갖는다. 따라서 로렌스 레식은 지적 재산권에 대해 전적인 접근을 막는 기술보호조치에 대한 우회를 막는 DMCA 같은 법은, 공정 사용과 같은 권리도 막는 면이 있음을 비판한다. 또한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코드의 도입은 익명으로 저작을 읽을 권리를 막는 측면도 존재한다. 거기에,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아마추어 문화와 잠재적 창조자들을 확대시켰다. 하지만, 저작권법은 이를 포괄적 규제로 막고 있다. 저자는 이에 대해 익명성과 공유자산의 중요성도 일깨우고 있다.

프라이버시 역시 첨예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개인의 영역 외, 공공에서의 감시를 촉진하였다. 혹자는 개인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없기 때문에 이런 감시를 옹호한다. 문제는 프라이버스를 보호하는 헌법과 조항이 낡았다는 점이고, 쉬운 감시가 가능한 시대에 이 법들은 위협받고 있다.

프라이버시 에 대해 새로운 법, 관습, 시장과 코드는 그것의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법적으로 감시는 제한되어야 하고, 개인의 데이터는 통제되어야 한다. 문제는 이 개인의 보장을 위한 법들이 사이버공간과 컴퓨터에 맞게 정의되지 않는 점이다, 컴퓨터 친화적인 법률이 필요하다. 동시에 로렌스 레식은 프라이버시가 보다, 재산권에 가까운 점임을 지적하며, 재산권 차원의 보호가 필요함을 지적한다.

인터넷 발달을 통해,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해악적인 요소도 발견되고 있다. 아마추어 블로거에 의한 정보 오류,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스팸과 포르노가 인터넷을 통해 널리 파급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코드를 통한, 제제와 국가적 차원의 관심과 지원을 추구하고 있다.

또한 사이버 공간의 출현은 사이버 공간에서의 국가 간 충돌과 갈등, 해외에 대한 개입까지 감행하게 하였다. 이에 대해, 저자는 국가들은 어떻게 법으로 적용하고 규제할지 합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이를 위해 코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주문한다.

아마도 로렌스 레식이 이 책에서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아마도 사이버공간을 규율하는 코드에 대한 제약이나 견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것이다. 또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코드에 대한 제한의 비공개성도 민주적으로 거론되어야 한다.

이 책을 보면서, 많은 부분에 대해 감탄하게 되는 것 같다. 사이버공간은 오늘날 한국에서 급속도로 성장해 왔으며, 그 발전의 이면에는 여러 부정적인 모습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사이버공간을 규율하는 코드와 규제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덜한 상황이다. 전문가들 역시 이를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풀어나가며, 보다 더 투명성을 띤 형태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조금 부족해 보이는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우리 역시 이제는 사이버 공간을 제약하는 코드와 법, 사회와 시장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지적재산권법을 비롯하여 우리의 사이버 관련 제도는 미국의 영향 속에서 미국의 법의 모습을 많이, 따라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공인인증서 제도와 관련된 논의에서 나오듯이, 아직도 국가의 영향력이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코드와 법이 어떤 형태로, 어떻게 규율하는 지, 법과 기술을 겸비한 전문가, 이를 대중들에게 알리고 지식을 파급할 전문가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대중들에게 알리고 코드와 여러 규제 뒤의 흐름들을 읽어내며, 투명성과 더불어 시민 개개인의 사이버공간에서의 민주적 책임성을 가지도록 도울, 전문가의 역할은 더욱 더 중요하지 않은가 싶다. 내가 그런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다만 이 책에서 아쉬움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대안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에 있어서는 조금 부족함이 있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아마도 이 부분을 채워나가는 것이 우리의 몫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