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작전권 논의에 대한 우려
한국이 전시작전권도 얻을 경우 과연 만족할만한 대북 대응을 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그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평시작전권이 한국에 있었던, 연평도 포격 사건의 경우, 한국은 그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 강경과 온건 모두의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미국의 뜻에 따라 더 강경한 대응은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제2 연평해전의 경우도, 많은 사상자를 낳았던 것에는 NLL을 넘어온 북한 경비정에 대한 교전수칙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교전수칙은 한국군이 자의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한미연합사를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따라서 평시작전권을 가진 지금에도 우리나라가 북한에 대해 자의적으로 무력 도발에 대한 대응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전시작전권이 주어진다고 할 지라도, 북한과 휴전 협정을 맺은 당사자는 대한민국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즉, 이전까지 휴전 협정에 의해 이뤄진 남북관계의 틀에서, 조약상 한국 정부와 한국군의 존재가 빠져 있었고, 결국 새로운 남북 관계의 틀이 잡히지 않는 이상, 전시작전권의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한미연합사에 의해, 교전수칙이 제정되는 한, 남북의 대치 상황에서의 전시작전권이란 것은 일반 국민들의 눈에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오기는 힘들 것이다.
따라서 현재 전시작전권을 받고 안 받고의 논의보다, 휴전 협정 이래의 남북 관계의 틀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현 상황을 인지하고, 어떻게 남북 관계를 새롭게 가져갈 지에 대한 새로운 틀부터 집중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오늘 전시작전권 인수에 대한 찬반 여론은 결국 이념과 정파 싸움으로 얼룩져가는 모양새를 띠고 있고, 그러나 본질은 우리가 남북 관계를 어떻게 가지고 갈 것인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