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spora, overture..
“주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셨느니라 내가 여러 민족 가운데에 흩어져 있는 이스라엘 족속을 모으고 그들로 말미암아 여러 나라의 눈 앞에서 내 거룩함을 나타낼 때에 그들이 고국 땅 곧 내 종 야곱에게 준 땅에 거주할지라(에스겔서 28:25)”
2016년이다. 나는 태어난 고향, 20년 동안을 살았던 부산을 떠나 이제 서울 땅에서 10년 넘게 살아가고 있다. 이제는 부모님도 부산에 계시지 않으니, 부산에 돌아갈 일이 없다. 내가 알기로 부산에 살고 있는 동창들도 죄다 서울 경기 지역으로 옮겨갔다고 하니, 이제는 고향도 고향이 아닌 셈이다. 내가 자랄 때 보던 우중충하면서, 비가 오면 달팽이들이 떼를 지어 오르던, 국군통합병원의 시멘트 벽도, 통합병원 이전과 함께 아파트 단지가 되어서 이제는 완전히 바뀌어 버렸을 것이다. 이제 기억의 일부조차 남아 있지 않다.
내가 고향을 떠나게 만든 고려대학교, 역사학과, 한 때 대학원까지 들어갔지만, 수료만 하고 논문 없이 나는 그곳을 떠났다. 내 머리와 자료 수집 능력으로는 도저히 논문을 쓸 수 없었으니깐. 이제 나는 문과대 건물을 떠나 안암역 교차로 너머의 이공대 캠퍼스에서, 정보보호와 관련된 공부를 하고 학위를 따려고 발버둥치고 있다. 이제 문과대에 갈 일은 거의 없다. 알고 있던 대학생 동기들도 인문학 관련된 일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동기들이 로스쿨을 나오거나 다른 회사 일을 하고 있고, 공무원이 되기도 했다. 아, 그래도 몇 친구는 역사 학위 과정을 제대로 밟고 있다. 그러나 그 중, 내 절친은 중국에서 유학 중이니, 문과대에 맺고 있던 연은 거의 사라진 셈이다. 내가 고향을 떠나게 한 이유, 또 다른 고향으로 생각했던 문과대, 역사학과도 이젠 내 고향이 아닌 셈이다. 나는 학문의 고향을 떠났다. 그래도, 한 때, 국정 교과서 때문에 역사학 관련 학과에서 논란이 터졌을 때, 역사학자 대부분이 좌익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분노가 솟구치긴 하더라. 이 일은 나중에 얘기하도록 하자.
Diaspora.. 나는 이렇게 고향을 등지고만 살았어야 했을까. 이 이야기는 단지 나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많은 내 친구들이 정든 고향들을 여러 번 떠나야 했고, 지금은 저 먼 곳 유럽으로 건너간 이도 있으니 말이다. 이제부터 할 이야기는 이렇게 고향을 떠나 방황하는 나그네의 일상 얘기이다. 그리고 Diaspora들처럼 언약(구약과 신약)의 성경을 믿으며, 버티면서 언젠가 참된 고향으로 돌아갈 소망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하다.